주진모와 조인성의 동성애와 노출 등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유하 감독의 영화 '쌍화점'이 개봉 4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 역대 흥행 2위인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팩션 사극' 성공의 정점에 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2005)와 여러모로 비교되며 또 한 번의 대박을 노리고 있다.
왕-왕의 남자-왕의 여자, 그들의 3각 관계
'왕의 남자'와 '쌍화점'의 갈등 구도는 기본적으로 왕과 왕의 남자,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질투하는 왕의 여자의 3각 관계로 짜여 있다. 왕이 사랑하는 왕의 남자와 그 남자때문에 자신의 위치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왕의 여자의 불안감이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뇌관처럼 갈등을 만들어낸다. 왕(남편)과 왕비(아내), 왕의 남자(불륜녀)의 진부한 멜로 3각 관계의 틀을 성별을 바꿈으로써 금기를 훔쳐보는 재미를 얹어냈다. 조인성과 이준기의 고운 '선'이 연기를 한 셈이다.
'왕의 남자'는 이 기본구도에 장생(감우성)이라는 또다른 남자를 추가한다. 왕과 왕의 남자의 관계를 질투하는 또다른 남자의 존재로 이야기는 좀 더 풍성해진다. 장생은 "어느 광대놈과 짝맞춰 노는 게 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 신명에 눈멀고"라고 말한다. 광대로서 장생의 본질은 왕을 향한 풍자보다는 공길(이준기)에 대한 사랑이다. 공길을 잃는 순간 풍자도 해학도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연인을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장생의 줄타기는 끝을 향해 달려간다.
'쌍화점'은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는 대신 왕의 남자와 왕의 여자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어릴적부터 '여자를 품을 수 없는 몸'인 왕(주진모)과 동성애를 나누던 홍림(조인성)은 왕비(송지효)와 관계를 가진 뒤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성정체성을 발견한다. 성욕에 눈 뜬 홍림은 왕의 호위부대 건륭위의 총관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벗어던지고 왕을 벗어나 왕비와의 관계에 목숨을 걸기 시작한다.
정치극과 치정극 사이, 뜨거운 멜로드라마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으나 두 영화는 모두 간단한 역사적 사실에서 풍부한 은유를 끌어내며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을 뽐낸다. '연산군일기'에서 공길과 관련된 아주 짧은 문장을 통해 이준익 감독은 정치극과 치정극 사이를 오간다. 분명 '왕의 남자'는 연산군(정진영)과 공길-장생-장녹수(강성연)이 만들어내는 치정뿐 아니라 연산군의 깊은 상처인 어머니의 죽음, 왕권을 넘어서려는 신하들의 권력욕을 광대의 놀이라는 은유를 통해 풍성하게 차려낸다.
공민왕의 반원정책과 왕과 건륭위의 모델인 자제위 청년들과의 애정행각, 자제위 홍륜과 왕비를 관계 맺게 한 점 등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쌍화점'은 원나라의 압력과 왕권 찬탈만 노리는 친원파 신하들, 원나라 출신인 왕비의 권력 다툼, 비극의 씨앗이 되는 왕비의 오빠가 연관된 역모 사건, 출세욕에 사로잡힌 건륭위 부총관 승기(심지호)의 질투욕까지 얽히면서 애증의 드라마로 달려간다. '쌍화점'이 특히 돋보이는 것은 각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욕망이 하나의 줄기로 합쳐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탄탄한 이야기 구조에 있다.
'왕의 남자'가 연산군을 신권에 대하여 왕권을 강화하려는 군주로 재조명한 반면, '쌍화점'은 양성애자인 홍림을 사이에 두고 왕과 왕비가 벌이는 쟁탈전, 왕이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 벌이는 불륜극 등 멜로드라마 요소에 훨씬 초점을 맞춘다. 굳이 왕이 아니었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다. 주진모 역시 "계급으로서의 왕이 아닌 인간의 얼굴을 한 왕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트라우마로 굳어버린 신경질적인 어투로 연산군을 그려낸 정진영은 광대의 운명을 부러워하는 관객인 동시에 어찌할 수 없는 절대 권력자이기도 하다.
ทีเกาหลีล่ะเขียนยาวเชียวว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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